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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문닷컴, 아직 8류 찌라시에 불과…"

[도깨비뉴스 기획 인터뷰]
호자이의 프로그레시브 웹(web2.0) 기행기
2편 : “지금은 8류 찌라시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3류 찌라시 쯤은 될 수 있지 않을까?”

- 개소문 닷컴 운영자 안진홍(제1선발 야메떼)


웹2.0? 뜻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 용어다. 그런데 널리 쓰이고 있으니 어떻게든 이해해야 하는 의무감이 생긴다. 미국의 IT 전문 출판사의 팀오라일리 사장의 메모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닷컴 버블 이후에 살아남은 인터넷 회사들의 특징을 모으다가 구상한 용어라고 한다.

용어의 해석을 놓고 이미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춘추전국 시대가 개막됐다. 혹자는 구글, 아마존 닷컴, 위키피디아 등 웹의 질적인 변화를 일으킨 기업들의 특징을 찾아보면 감을 잡을 수 있다고 귀뜸한다. 집단지성, 플랫폼으로서의 웹, 롱테일 활용, 매쉬 업(mash-ups)…. 공부하면 할수록 더 혼란이 가중된다.

갑자기 튀어나온 개소문 닷컴(www.gesomoon.com). 주변 이들에게 “개소문 닷컴을 취재하겠다”고 슬쩍 흘리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게 어디가 웹2.0 컨셉이고, 무엇이 프로그레시브 하냐는 반론이다. 실제로 그렇다. 기술이라고는 당최 찾아볼 수 없고, 90년대 후반에 볼 수 있었던 게시판 중심의 사이트에, 아마추어리즘이 물씬 풍겨나는 디자인까지…. ‘개소문’은 애당초 웹2.0의 범주가 아닌 것에는 틀림없다. 그런데도 매력적이고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그 이유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무엇보다 온라인 공간의 언어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개소문의 노력에 기인한다. 개소문에 대한 외부의 이해는 ‘한국에 대한 해외의 반응을 번역해서 보여주는 사이트’ 정도 수준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얘기’란 누구라도 은밀하게 알고 싶어했던 영역. 그런데 외신 보도 이외는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단이 없었다. 그 장벽을 수공업적인 공동번역과 네티즌들의 참여로 극복한다는 점이 바로 개소문을 감각(?)적인 사이트로 만든 이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심을 끈 것은 개소문이 표방한 ‘세계 최초(?)의 게시판 번역 전문 웹진’이라는 컨셉이다. 더불어 월드컵 시기와 맞물리며 개소문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를 더했다.(이미 개소문은 지난 WBC때 네티즌들의 관심을 끈 전력이 있다) 웹을 플랫폼 삼아 사업을 벌인다는 것. 웹1.0나 웹2.0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프로그레시브’한 것이다. 개소문 제1선발을 자처한 ‘야메떼’에게 인터뷰 의뢰 메일을 보내니 사무실이 있는 인천으로 와도 좋단다.(이번 인터뷰의 원칙은 아무리 멀더라도 직접 찾아가겠다는 것) 찾아가기 전에 한가지 확실이 해둘 점이 있었다.
-(호자이) ‘개소문’으로 사업할 의지를 갖고 계신가요?
-(야메떼) 물론이죠.



개소문 닷컴 운영자 안진홍씨
그래서 비 내리는 토요일 인천 주안역을 거쳐 인하대 후문 쪽에 자리한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이트의 성격이나 전화 목소리로 가늠했을 때 운영자 안진홍씨는 젊은 대학생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머리를 근사하게 기른 30대 중반의 자유인이었다. (혹시 한국적인 개념의 ‘히피’라고 표현해도 실례가 안될지 모르겠다)

-아직은 사업체 형태가 아닌가요.
“네. 몇 가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긴 한데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이지 개소문 닷컴과는 별개의 사업입니다. 개소문은 아직은 개인 사이트에 불과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조금은 성가신 일이거든요.”

-도대체 언제 무슨 아이디어로 이 같은 (발칙한) 사이트를 기획하셨나요.
“특별하거나 독창적이지는 않아요. 저는 PC통신 1.5세대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군대를 제대한 95년부터 나우누리에서 놀았는데, 당시에도 일본과 축구 경기가 벌어지면 그 다음주에 일본 통신인의 반응이 번역돼 올라왔습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지요. 나우누리 유머란 조회수가 평균 5천 대라면, 해외 반응에 대한 글들은 만여 클릭을 넘었어요.”

-그 때의 경험이 해외 (네티즌)의 반응을 번역 제공하는 사이트의 원천이 됐군요. 계속 인터넷쪽으로 관심이 발전했나요.
“네. 그렇죠.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진화해 오면서 누군가 그런 작업을 전문적으로 해줬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왔어요. 계속 구상 속에 머물렀는데 인터넷이 보편화됐지만 희한하게도 아무도 이 일을 시도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시작했습니다.”


6월 26일 개소문 닷컴이 게재한 업데이트 예고 공고
-해외 웹의 댓글이나 게시판을 전문적으로 번역해서 보여준다는 것이 간단한 컨셉이긴 한데, 우리의 내면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렇죠. 누구나 남의 얘기 듣는 것을 좋아해요. 아니,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관심이 높습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도 내 친구들이 나에 대한 평가가 궁금해지거든요. 한국인처럼 국가에 귀속력이 강하고 강하고자 하는 민족도 흔치 않아요.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 하려고 하거든요. 자연스럽게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 ‘외국에서 바라보는 나’라는 등식이 성립됩니다. 이승엽이 잘하면 내가 뿌듯하고 박찬호가 얻어맞으면 기분 나쁜 거죠.”


개소문을 처음 접한 곳은 미디어다음의 ‘세계엔’이라는 코너의 한류방에서였다. 네티즌들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한류스타와 박찬호 이승엽 등 해외진출 스포츠 스타에 대한 해외 네티즌들의 적나라한 반응을 개소문에서 쉼 없이 펌질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내용들이 일본의 익명성 게시판인 2CH에서 번역됐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주류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뻑성’ 기사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지녔다. 적나라한 동북아 3국의 감정 싸움으로 살짝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지만 왠지 개소문의 번역 기사가 과연 소설이 아닌 정확한 번역인지가 궁금해 졌고, 번역을 하는 자원자의 면면이 궁금해졌다.
게다가 이미 댓글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댓글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 파워를 가질 정도로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는데, 해외의 댓글을 번역을 통해 보여준다는 사실은 꽤 신선한 모습인 것이다. 결정적으로 댓글이나 익명성 게시판은 저작권 문제와는 무관한 컨텐츠라는 점도 흥미를 더했다.
-이번 월드컵에 가장 기대 되는 사이트가 바로 개소문입니다.
“네. 그렇죠. 스포츠가 가장 단적인 사례죠. 외국 네티즌들이 바라보는 박찬호의 투구와 이승엽의 홈런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거죠. 가장 극적인 무대는 바로 월드컵이 되겠죠. 그래서 2005년 가을에 문득 생각해 보니 ‘아, 내년에 월드컵이 있지’하고 생각했어요. 스포츠 축제 또한 게시판 번역 사이트의 기폭제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출발했습니다.”

- 그런데 막상 만들려고 하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아니요. 사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웹 디자인 3일 배운 초보자가 할 수 있는 모습이에요. 디자인은 그나마 제가 한 것도 아니에요. 저는 사인펜 달랑 들고 로고 디자인만 했어요.”

-왜 ‘개소문’인가요? 너무 B급 정서 아닌가요?
“남의 이야기를 엿본다는 것은 페티시즘(Fetishism)에 흡사합니다. 나쁘게는 관음증 사이트라고 할 수 있어요. 개소문은 사건을 보도하는 매체가 아닙니다. 1차 사건에 대한 반응을 전달하는 매체일 뿐이죠. 속도가 한발 느릴 수 밖에 없지만 개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발산하는 만큼 성향 자체가 마이너적이고 키치적일 수 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개소문’으로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소문닷컴’으로 하려 했는데….”

-소문닷컴? 좀 밋밋한 표현이네요.
“네. 점잖죠. 대신 광고 카피로 쓰기는 좋았어요. 사실 라디오 광고까지 준비했거든요. ‘세상의 모든 이야기 소문닷컴~’ 사이트가 성장하기에 유리할 것 같았는데 도메인을 구할 수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개’자를 하나 붙였습니다.”

-개라는 접두어는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인, 일종의 나쁜 소문인 것 같은데.
“잘 지은 이름은 아니죠. 마이너적이고 키치적으로 가자는 생각, 그러니까 ‘8류 찌라시’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용자를 살펴보니 평균 연령층은 20대 후반이라지만 개중에 학생이나 여성도 꽤 있더군요. 대신 팝업창 없고 낚시 없는 사이트라는 컨셉은 지켰습니다. 성급하게 이름을 짓기는 했지만 바꿀 수는 없는 일이 됐어요.”

-번역돼 올라오는 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있긴 해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요즘에 한풀 꺾였습니다. 지금은 번역글의 최소한의 출처를 밝히기 때문일 겁니다. 2CH 스포츠 게시판, 중국의 바이두 스포츠 게시판 등, 그곳에 접속해서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출처를 밝힙니다. 사실은 이 것도 아슬아슬 한데요. 정확한 주소를 밝혀주고 싶지만 무리가 있긴 해요. 아마도 남의 나라 네티즌들의 나쁜 반응까지도 정확하게 가져온 다는 점이 몇몇 네티즌들의 반감을 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요? 저도 일본 웹을 번역기로 돌려 봤는데, 사실 더 심한 이야기가 더 많은데 개소문에서 적정선에서 편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건 아니에요. 가감없이 번역합니다. 일단 일본에는 심한 욕이 많지가 않아요. ‘빠가, 마록(馬鹿:말과 사슴-멍청하다) 혹은 조센징, 춍, 똥…’등의 6~7가지 욕을 조합해서 쓰곤 해요. 앞뒤 사이에 접두사 전치사가 더 붙기 때문에 글의 흐름을 봐서 의역을 해야 하는데, 비꼬는 뉘앙스가 애매하기는 합니다. 우리와는 욕의 문화가 달라서 번역하기가 좀 까다롭죠”.


개소문은 일본의 2CH이나 중국의 주요 포털 게시판에서 `한국`에 대한 반응을
수집해 번역한다.
-일본의 투 채널(2CH)은 솔직한 표현(욕설)로 유명하지요. 결국 편집을 하긴 해야 할 텐데.
“심한 욕을 번역 안 한 것이 아니라 반복된 댓글 가운데 한 개만 끄집어 왔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겠죠. 혐한글이 수천개가 반복되고 있는데 그것을 모조리 번역할 필요는 없잖아요. 지루하니까. 주제에 맞춰서 2CH의 혐한 글인지 아니면 다른 게시판의 글인지 섞었는 지를 앞서 밝히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도의 편집이라고 생각해요.”

-일본게시판 말고 중국 반응은 어떻게 수집하나요. 번역기가 아닌 사람이 직접 하나요.
“그렇습니다. 번역하는 사람 모두가 한국 사람이에요. 네티즌들이 번역해서 올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파트타임 계약자들이 번역을 합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컨텐츠가 일정수준을 유지할 수 없거든요.”

-현재 몇 명이 일하고 있나요. 다른 언어 릴리프도 구하는 중이던데요.
“현재 번역 자원봉사 합쳐서 대략 10명 이상입니다. 영어 4명, 중국어 절반 정도 그리고 일본어도 3명 정도. 긴박한 번역은 번역기로 먼저 돌리고 사람이 수정하는 경우도 있지요. 완벽한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지 않아요. 해외 게시판을 직접 본 분이라면 그 수준을 잘 알 거에요. 장기적으로는 네티즌들이 직접 해주시는 게 목표인데요, 그럼에도 돈을 들이는 이유는 기초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 사람이 몇 개씩 번역하나요. 얼마나 받고 일하는 거죠.
“하하. 모두 다 달라요. 일단 웹 번역자라고 해도 파트타임이고요, 물론 정식 계약서를 쓰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대부분의 사람이 서로 얼굴도 모르고 저도 절반 가까이는 얼굴도 몰라요. 성과를 보고 온라인 계좌로 정산하면 끝인 거죠.”

-그런데 수익이 날 수 있나? 불가능 할것 같은데
“우선 제가 5월까지 투자한 금액이 (공개할 순 없지만) 수천 만원쯤 돼요. 번역자 페이 때문인데요. 지난 해 오픈 했을 때 하루에 1500명쯤 왔는데 지금은 UV가 2~3만명 정도로 성장했어요. 컨텐츠가 재미가 있으니까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있더군요. 몇몇 포털업체와 전제계약을 체결했고, 트래픽도 팔고 있고요. 제 인건비를 빼고 계산하면 이익은 아니지만 앞으로 손해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결국 월드컵이 관건이긴 한데… 스포츠 관련 게시판 번역일을 하다 보면 잠을 못자는 것도 문제지만 경기를 못 본다는 점이 안타깝죠. 그 시간에 게시판을 보고 번역을 해야 하거든요. 휴~.”

-높은 언어 실력을 필요로 하나요
“번역 실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게시판에 대한 전문가가 하는 일이에요. 일본어 번역은 번역 보다 조금 나으면 될 정도에요. 논문이 아닌 짧은 댓글 수준인데요. 일본어 20년 공부한 박사가 한다고 해도 지금의 나보다 잘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참고하는 사이트는 어디 인가요. 2CH글이 너무 많아서 개소문은 ‘일빠 사이트’라는 불만도 있던데요.
“네. 2CH 글이 30%정도를 차지해요. 그런데 이해해주셔야 할 것이요, 한국 관련 글이 나오는 사이트가 사실 2CH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마도 ‘한국’이란 키워드로 전세계의 웹을 다 뒤져봐도 2CH 하나 당하지 못할 걸요. 그렇다고 저희가 소설을 쓸 형편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2CH에 귀를 귀울인 거죠. 중국의 여러 포털 사이트 스포츠 게시판 등을 참고해서 번역 일을 합니다.”

-개소문이 관심을 쏟는 나라는 어디인가요.
“네. 우선 일본-중국-대만-미국-영국 정도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네티즌들의 한국에 대한 반응을 딴다는 것은 불가능 해요. 코멘트가 아예 없기 때문이죠. 결국 아시아 국가들이 전부입니다.”


-우선 한류에 대한 평가들이 눈에 많이 띄는 데요. 이를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본 국내 네티즌들은 한국적 민족주의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우월성 인정받으려는 거죠. 그런데 재미있은 것은 혐한이건 친한이건 한-중-일의 웹을 통해 비슷한 사건에 대해 논평하기 시작한 것은 아시아 공동체 발전을 위한 하나의 사건 같아요.
“네. 저도 공감합니다. 우선 나이 어린 네티즌들에게서 민족 우월론적 경향이 있어요.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댓글을 쓰는 사람은 소수 이니까 일반화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일본 네티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래도 욕설을 남긴 사람들이 비정상에 가깝겠죠. 예를 들어 게시판에 ‘죠센징’ 이나 ‘쪽바리 원숭이’이라고 서로 욕을 해도 실제 만나면 그렇게 표현할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그게 전체의 국민들의 정서도 아니고. 개소문이 첫머리에 밝힌 것처럼 우리는 외국인의 반응이 아니라 ‘외국 네티즌’의 반응을 전달할 뿐이에요”

-최근 우리 네티즌들의 중국 폄하(짱께)논란만 해보자, 예의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분명히 내 속에 있는 생각이거든요. 거칠고 예의 없는 중국인이라는 생각이요.
“그렇죠. 우리가 짱게를 바라보는 시각과 일본인들이 춍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눈에 띄어요. 무의식을 대변한다고 할까요? 현실 세계에서는 일본인과 중국인과 가급적 사이좋게 지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겠죠. 대신 인터넷 이라는 익명성이 가져다 주는 자유를 특히 남성들이 공격적으로 풀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익명 게시판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보는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왜 개소문을 유지하죠.
“재미있잖아요. 긍정이나 부정적인 효과란 언어도단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사회는 한 방향으로 흘러가잖아요. 2채널에서 나오는 ‘똥같은 조센싱 죽어라’ 라는 발언과 ‘욘사마 사랑해’라는 극단적인 반응들을 골고루 퍼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게 바로 현상이자 사실이거든요. 물론 다양한 반응 가운에 일부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인들의 댓글도 하나의 현상이고요. 과연 한-일우호 한-중우호를 위해 좋은 글을 추려야 할까요. 이렇게 얘기하면 개소문에서 역시 ‘야메떼는 일빠였어’라고 평할 것 같은데 저는 중국과 일본이 좋아요. 그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직접 만나보고 나니 ‘일빠’나 ‘민족주의자’로 보이지는 않는 군요.^^;
“해외여행이라고는 딱 한번 유럽여행을 한 게 전부에요. 일본에 가본 적도 없고요. 그리고 정치적으로 희미합니다. 우리나라 보수X통들을 다 XXX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한때 노무현을 지지했지만 그렇다고 투표한 것도 아니거든요.”

-앞으로 개소문이라는 사이트라도 사용자 참여형 미디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발적으로 다른 언어 댓글들을 번역하고 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연히 바라는 모습이에요. 사실 제 생돈을 박아 넣기 싫거든요. 그 사이에 적정한 타협점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모두 자율에 맡기면 형식을 맞출 수가 없어요. 기존의 언론매체보다는 자유롭지만 우리도 최소한의 형식과 수준을 요구하거든요. 엊그제 독일에서 사는 교포가 차두리에 대한 반응을 7개 번역해서 보내줬어요. 그런데 번역도 이상한데다 숫자도 부족해요. 출처도 역시 부정확 하니까 활용하기 어려운 거죠.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개소문의 미래 구상이 있다면.
“8류 찌라시에서 조금 더 발전한 3류찌라시가 되고 싶어요. 남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들려주는 사이트가 되고 싶은거죠. 타인이 바라보는 한국인,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달해보고 싶어요. 일본인의 한국여행 연재를 실은 것도 그 때문이에요.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에서 그치지 않고 더 큰 개념으로서의 남의 이야기, 남의 삶, 남의 생각, 우리만의 편협한 생각이 아니고 말이죠.”



여기까지 이야기 하고 나니 비가 그쳐있었다. 중고 CD로 그득한 그의 사무실은 그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했다.(그는 공개하기를 꺼렸지만 살짝 귀뜸 한다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었고, 또한 인하대 후문 근처에서 음악까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객지인 인천에서 커다란 검은 고양이를 키우며 온라인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범상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이력을 묻는 질문에, 71년 생이고 인하대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의 삶은 인터뷰의 내용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처럼 범상치 않았다. 그는 “민주화의 끝물 세대와 X 세대 사이, 그리고 최고로 대학 경쟁률이 심했던 90학번, 이 안타까운 세대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것이 자그마한 소원이에요”라고 짧게 내뱉는다. 황량한 인천에서 10여 년 이상 살아온 그에게서 문득 무라카마 하루끼와 닮았다는 느낌이 났지만 그는 “하루끼가 싫다”고 답한다. 일종의 동족 혐오 현상이 아닐까.

개소문은 시맨틱 웹과는 무관하다. 또한 네티즌의 참여 역시 돈을 받는 번역가에 비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앞으로 ‘시맨틱 웹’이라는 비전이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네티즌들의 참여가 질적으로 정밀해진다면 개소문은 단순한 게시판이 아니라 진실로 세상의 모든 얘기를 담을 수 있는 틀이 되지 않을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웹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안겨 준다는 것이다. 뚝딱 웹 사이트를 구축해서 마음이 맞는 이들과 재미로 컨텐츠를 구축할 수 있다. 웹이란 근사한 플랫폼이 있기에 골방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동양 3국 폐인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고, 그 소통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인생을 걸 수 도 있는 것이다. 웹에는 아직도 베낄 것이 많고 게다가 번역할 거리가 충분한 것이 진리다. 때문에 살만한 이유와 목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개소문은 아직도 말하고 있다. “曰(왈) 曰(왈)~”



도깨비뉴스 리포터 = 호자이(블로그 www.east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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