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뉴스헤드라인

복분자주 한잔에 장어 한점 `고창 천상별미`



▲황토밭 고창의 느릿한 구릉 30만평을 온통 뒤덮은 학원농장 청보리의 초록빛 물결. 이 보리밭 사잇길로 걷다 보면 4월 청보리의 풋풋한 내음만큼이나 세파에 찌든 이 마음도 청초해진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김동환의 시 ‘산 너머 남촌에는’

그렇다. 남풍 부는 봄날, 그 바람결에 실려 오는 것이 어디 진달래 향기와 보리 내음뿐일까. 그러나 도시는 다르다. 봄 내음은 고사하고 바람마저 꽝이다. 하기야 콘크리트 숲에서 봄 타령하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연목구어(緣木求魚)식 착오. 설사 봄기운이 분기탱천하여 짐짓 이마의 솜털이라도 건드릴 봄바람이 홱 불었다 치자. 그래도 이 텁텁한 도시에서 그 기운 알아챌 이는 별로 없다. 대개는 봄이 왔다 가는지조차 모른 채 여름을 맞는 목석이 된 지 오래니까.

고창. 여유로움의 땅. 여기서는 시곗바늘도 느리게 가는 듯 느껴진다. 빨간 황토의 기름진 땅이 그렇고 느릿한 곡선의 언덕이 그렇다. 서두름 없는 양반풍 사람들의 몸가짐이 그렇고 구릉을 뒤덮은 소나무의 느긋한 뒤틀림이 그렇다. 황토밭 솔밭에 그렁저렁 누운 고인돌 무더기까지도.


공음면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은 이제 고창 명물이 됐다. 4년 전 청보리밭 축제 첫해만 해도 축제장인 학원농장을 찾지 못해 수없이 길을 물어야 했다. 그런데 올해는 고창 톨게이트부터 안내문이 줄줄이 붙어 있다. 또 주중인데도 이른 아침부터 이 촌구석을 찾는 차량이 드문드문 보인다. 사람들은 묻는다. 아니, 볼 게 없어 이제는 보리밭까지 가느냐고. 가 보지 않으면 그런 질문도 당연할 터. 대답은 다녀온 사람에게 맡긴다. 정말로 볼 만한지.





30만 평 보리밭, 아니 청보리밭. 보릿대라고는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시 사람에게 이 광대한 시골의 언덕과 들판을 두루 뒤덮은 초록의 함성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몸이 원하던 자연의 빛깔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여기서는 보리 내음을 맡을 수 있다. 그 풋풋함. 세상에 화학적으로 흉내 내지 못하는 냄새는 오로지 막 구운 빵의 그 고소한 냄새라지만 청보리 풋내음 역시 흉내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고품격의 자연향이다.

그 보리밭 사이로 길이 났다. 농장주 진영호(57) 씨가 일부러 낸 길이다. 보리밭 사이로 걸어가며 뉘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15년 전 잘나가던 대기업의 이사 자리를 박차고 아버지(진의종 전 국무총리)가 태어난 고향에 내려온 진 씨. 4년 전 그를 이 보리밭에서 처음 만났을 때 기자는 ‘넉넉한 웃음, 선한 눈빛이 고창의 펑퍼짐한 황토 땅을 그대로 닮았다’고 당시 기사에 썼다.

이 보리밭은 진 씨가 황무지에 일군 그의 꿈이자 생명이다. 처음에는 카네이션으로, 다음에는 보리로. 그 청보리밭 초록물결이 도시 사람들의 잿빛 성정을 푸르게 물들였음은 물론이다. 4년 만에 다시 와 보니 축제를 치르는 이 지역 청보리밭은 세 배쯤 넓어진 듯하다. 조경도 가미돼 4년 전에 비해 훨씬 멋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남한 땅에서 이렇듯 푸른 자연 속을 걸을 수 있는 곳. 여기 말고 또 있을까.


고창읍성

보리밭에서는 확성기를 통해 노래도 흘러나온다. 그 노래 들으며 산보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즐겁다. 구릉을 내려서면 저 아래로 또 다른 구릉의 보리밭. 그 보릿대에 가려 가물거리다 사라지는 사람의 모습이 아름답다.

언덕 마루의 2층높이 전망대에 오르자 청보리밭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학원농장으로 난 길로는 차를 타고 돌 수도 있다. 그러면 저 너머로 펼쳐진 오붓한 보리밭 산책로에도 쉽게 갈 수 있다. 농장 주차장 옆 공터(장터)에서는 텐트 안에서 꽁보리밥도 판다. 농장 앞 용수마을 등 주민이 갖고 온 인삼이며 보리, 고들빼기김치도 살 수 있다.

고창에 가면 모양성(고창읍성)도 꼭 들러 보자. 평지에 자리 잡은 다른 읍성과 달리 모양성은 야산을 아우른다. 산 중턱을 타고 동그랗게 둘러친 성벽. 길이 1680m의 성벽 위로 길이 나 있어 누구든 원하면 걸을 수 있다. 부단히 오르내리는 성벽. 밖으로는 고창의 산하가, 성 안으로는 아름다운 숲이 펼쳐진다. 중간쯤에서 샛길로 빠져 성안으로 내려서면 새로 재건한 객사며 관아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성. 정말로 만나기 쉽지 않다.

▼여행정보▼
◇찾아가기 ▽청보리밭 축제장(학원농장)=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산 119-2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나들목∼군도 15호선∼아산∼무장∼지방도 768호선∼학원농장(총 20km) △호남고속도로: 정읍 나들목∼국도 22호선(고창 방면)∼흥덕∼국도 23호선∼고창∼지방도 795호선(공음면 방면 4km)∼군도 5호선(선동리 방면)∼학원농장(총 48km)

◇청보리밭 축제(제4회)=5월 13일까지. 고창 특산품과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 마련.
◇학원농장=6월 말 보리 수확을 마치면 이 땅에 메밀씨앗을 뿌려 10월에는 메밀꽃축제도 연다. 민박(019-531-0845)도 가능. 063-562-9895, www.borinara.co.kr

◇고창 ▽홈페이지=www.gochang.go.kr ▽안내전화 △군청(문화관광과) 063-560-2234 △고창읍성 063-560-2710 △고인돌 063-560-2715 △선운산 063-560-2712 ▽축제=복분자축제(6월 중순), 수박축제(7월 하순), 해풍고추축제(8월 하순), 수산물축제(9월 중순), 고인돌축제&모양성제(10월 18∼21일) ▽갯벌체험=심원면 하전마을. 063-563-0117. 네이버 안내창에 ‘하전 갯벌 체험’.




◇맛집 ▽연기식당 ‘장어구이’=복분자술 한 잔에 장어 한 점. 천상의 별미다. 자고로 장어는 풍천(바다와 민물이 두루 오가는 개천) 것이 맛있는데 선운산의 선운사 입구를 흐르는 풍천이 고창의 장어 명산지. 장어구이 식당이 30여 개 있지만 30년 전부터 이곳을 다니던 여행고수들이 찾는 곳은 ‘등나무 집’으로 불렸던 연기식당(www.yeonki.co.kr). 올해로 한자리에서 35년째다.

장어는 주방에서 구워서 내는데 1인분 한 접시(375g)에 1만5000원. 함께 쌈을 싸서 먹으라고 내는 부추겉절이가 별미다. 밥(1000원)을 시키면 된장찌개는 덤. 오전 9시∼오후 10시, 연중무휴(추석, 설날 당일만 제외). 주소는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345. 063-562-1537




▽용수 꽁보리밥집=축제장인 학원농장 장터의 텐트식당. 용수마을 주민 김복순(52) 씨가 4년째 운영 중이다. 꽁보리밥에 나물과 함께 진달래꽃을 얹어 내는데 직접 재배한 보리, 손수 키운 야채와 직접 담근 고추장, 집에서 짠 참기름 등 모두 집의 것만 쓴다. 5000원. 메밀 싹을 잘라 얹어 내는 메밀싹 비빔밥도 있다.

고창= 도깨비뉴스 여행전문 리포터 동분서분 dkbnews@dkbnews.com


인기기사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