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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아(Corea)’로 불러야 통일이 이루어진다



[스포츠동아]

“획일적인 전체주의 사회인 북쪽이야 그렇다 쳐도, 100배 이상 잘살며 자유로운 남한 사람들의 빈곤한 역사의식과 무지몽매함은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아니, 우리가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란 걸 왜 이해하지 못할까요? 허구한 날 눈에 보이지도 않는 ‘NLL(북방한계선) 사수’만 갖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금강산에서 열린 6·15남북공동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온 오인동(68·사진) 박사는 남북한의 침체된 분위기에 조금 화가 난 표정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이번 6·15선언 8주년 행사 및 민족통일대회는 남북 양측의 무관심과 의사소통 실패로 말 그대로 역대 가장 ‘썰렁한’ 행사로 기록됐다. 자연스레 8·15행사는 남북한이 따로 열기로 대승적(?) 합의가 이뤄졌다.

“햄버거 한 개 값에 개성도 열렸잖아”
오 박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지난 대선기간에 쟁점이 됐던 대북 ‘퍼주기’ 논란에 대해 “북에 더 퍼줘야 할 퍼주기”라고 표현한다. 남한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를 더 높여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논리다.



[동아일보]

“교역량이 10억 달러가 아니라 100억 달러가 되게 해야죠. 인구 4700만명이 평균 2억 달러를 퍼줬다면 1인당 4000원 정도밖에 안 돼요. 미국식으로 말하면 맥도널드 햄버거 한 개 값인데, 그거 보내서 철도도 열리고 금강산, 개성까지 열렸잖아요. 햄버거가 아니라 갈비탕을 보냈으면 어땠을지 상상이나 해봤어요?”

현 정부가 대북정책의 원칙으로 천명한 ‘비핵개방 3000’에 대해서는 특히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정말 한심해서 말도 나오지 않아요. 아무리 북한이 못살고 같잖아 보여도 그렇지, ‘너 핵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GNP 3000달러 만들어주겠다’는 표현을 같은 민족에게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어요. 핵은커녕 전시작전권조차 없는 나라가 그렇게 따르는 미국이 하는 협상이나 지켜보면 될 것을…. 그리고 북한이 개방을 하지 못해 안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봉쇄된 나라인 걸요.”




▲ 오인동 박사 약력
●1939년 황해도 옹진 출생
●인천 제물포고, 가톨릭대 의대 졸업
●하버드 의대 정형외과 교수, MIT 생체공학 강사(보스턴)
●한미연합회(Korean American Coalition)이사장 및 고문
●현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공동위원장

미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일군 오 박사가 대한민국에 만연한 ‘사대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남북통일 문제에 관여해온 민간 통일운동가로 불린다. 올해도 금강산 행사를 마치고 서울에 오자마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대북 실무를 총괄했던 인사들을 접촉하며 해외교포들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한동안 남북간 다리 역할을 한 해외교포들의 소임이 많이 축소됐어요. 6·15정신을 이어나가려면 사대주의와 싸우는 한편 보수주의자들을 감화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대한민국 보수라는 사람들은 아무런 원칙 없이 미국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허허.”



▲ 15일 금강산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행사요원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동아일보]

1992년 한인의사회 봉사단 일행으로 처음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오 박사는 이후 성공한 재미교포의 대표로 활약하며 차츰 민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단체인 KAC(한미연합회)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꾸준하게 한반도에 대한 미국 주류언론의 편견과 싸웠고, 1996년에는 정식으로 통일국가의 국호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1997년 R.O.K(대한민국)나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가 아닌 ‘코리아’라는 명칭을 사용해 과도기적 상황을 극복해나가자는 제안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98년에는 최승철 당시 아태위원회 국장을 통해 김용순 위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생각은 2002년 들어 조금 변화한 모양새다.
“통일로 가는 단계 혹은 통일된 나라의 국호는 코리아(Korea)가 아닌, 꼬레아(Corea)가 맞다는 게 제 연구의 결론이에요.”

꼬레아로 바꿔 불러야 분단 아픔 치유
오 박사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광화문광장에서 흘러나온 ‘오~ 필승 꼬레아’를 듣고 코리아의 연원에 대해 다시금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국호의 연원을 연구하기 위해 국내외 역사학자들과 고지도 연구를 지난 6년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먼 옛날 고구려(高句麗)가 ‘고구리’로, 고려(高麗)는 ‘고리’로 발음됐다는 사실도 확인했고, 이는 널리 알려졌다.

“고려의 대외 교역사와 각종 대외 조약문을 검토해본 결과 한국은 해외에 ‘Corea’로 알려졌다는 게 확인됐어요. 그리고 그게 언어학적으로도 좀더 아름답고 자연스럽습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을 세계한민족포럼은 물론 각종 시민사회운동에 확산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특히 남북 양측에 국가를 ‘아리랑’으로, 통일의 상징인 한반도기에는 ‘Corea’라는 명칭을 새기자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전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Corea가 Korea로 바뀐 이유는 일본의 영향도 있었지만, 미국이 양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에요. 불행하게도 한국이 ‘코리아’로 불린 지난 100년간 우리는 일제의 지배와 강대국에 의한 분단이라는 역사적 고통을 경험했어요. 이를 ‘꼬레아’로 바꿔 부르는 21세기에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는 이 같은 연구성과를 책으로 담아냈다. 말년의 노작(勞作)인 ‘꼬레아, 코리아- 우리나라 로마자 국호의 역사’는 7월 초 서울에서 출판된다.

기사제공= 주간동아/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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