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2 15:32] 조회 14,381

‘명상’으로 나를 발견 하는 체험, 템플스테이

▲참선과 명상은 외국인이 템플스테이를 찾는 가장 주된 어트랙션. 깊어가는 가을 밤 설악산 백담사의 무설전에서 미국 예일대생 필립 갠트 씨(앞)등 참가자 16명이 참선에 열중이다.
 
 
 새벽 3시. 고고한 적막에 둘러싸인 설악산 백담사 절간에 그 긴 침묵을 깨는 목탁소리가 들린다. 더불어 어우러지는 구성진 염불. 죽은 듯 잠든 만물을 깨우는 도량석(道場釋)이다. 절집의 하루를 여는 이 장엄한 ‘모닝콜’. 장삼에 가사를 갖춘 스님 한 분이 깜깜 새벽의 극락보전 주변을 돌며 사람과 축생 구애치 않고 우주만물에 개벽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즈음. 요사채(스님들의 일상생활을 위해 지은 절간의 집)에서도 각 방의 전등이 불을 밝힌다. 따끈한 온돌, 포근한 이부자리, 쏟아지는 잠. 제아무리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을 다해 부처에게 귀의하겠다는 뜻)를 되뇌어도 이 작고 소박한 속세의 행복은 떨치기가 힘들다. 그런데 어쩌랴. 수행의 시작은 바로 거기서부터인 것을. 이윽고 열리는 미닫이 방문.

자아를 찾아, 한국의 불교와 전통문화를 찾아
 영어강사로 일하며 새 관찰여행이 취미인 초로의 캐나다인 환경학자 에드워드 나이그런 씨. 1년간 한국어를 배우러 유학온 미 예일대 장학생 필립 갠트(미술사 전공) 씨. 모스크바와 파리대에서 불교철학을 전공한 키르기스스탄의 여성작가 잼비 유수바리에바 씨, 경제학을 공부하러 온 크리슈나 프라사드 다칼 씨 등 3명의 네팔 공무원…. 이들은 저마다 국적과 방한 목적은 달라도 하나 만은 같았다. 한국과 불교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이다.


 그런 열여섯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설악산 백담사에서 펼쳐진 템플스테이에서다. 이 행사는 한국관광공사가 ‘비지트 코리아’(www.visitkorea.or.kr)의 외국어 홈페이지(10개 언어)에서 펼친 이벤트였다.


 이번 주제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Discover yourself)’. 참가 동기도 각인각색이다. 갠트(예일대 4년·서강대 재학) 씨는 한글로 이렇게 썼다. “저는 한국역사에 특히 관심이 있어서 한국어를 공부하러 왔습니다. 특히 아시아의 옛 교류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와 불교미술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다른 참가자는 이렇게 밝혔다. “템플스테이는 단순한 관광거리가 아닙니다. 편견과 고민에서 해방돼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상태로 이끌어줄 잠재적인 힘에 도달하고 싶어 참가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설악산 백담사의 무설전에서 용수스님의 지도로 미국 예일대생 필립 갠트 씨(오른 쪽)등 참가자 16명이 참선에 열중이다.


사찰에서 하룻밤, 짧고도 긴 명상의 시간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예불에 참석하고 다양한 명상과 참선을 체험하는 1박 2일 일정은 시쳇말로 ‘빡세게’ 돌아간다. 한국인조차 쉽지 않은 이틀의 일정. 그것을 외국인이 어떻게 소화할지가 내게는 내내 궁금증으로 남았다. 그래서 그들을 따라 나섰다.


 첫날 오후. 일행은 설악산 십이선녀탕 계곡 초입의 만해 마을(북면 용대리)부터 들렀다. 이곳은 ‘만해 축전’ 장소로 건립한 기념관. 모던한 건축과 정적인 조경의 정원이 잘 대비된 멋진 공간이다. 여기서 점심과 차를 든 일행은 한용운과 백담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백담사로 향했다.


 백담사의 템플스테이는 지난해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학 동아리와 기업의 단합여행으로도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인 일행을 맞은 이는 백담사의 서장 스님(비구니)이었다. 스님과의 첫 대면. 모두들 호기심어린 눈길로 스님과 절간을 둘러본다. 불승과의 대면은 모두가 고대해온 일. 스님은 절집 예절부터 가르쳤다. 다닐 때는 두 줄로, 차수(叉手·두 손을 다소곳이 앞으로 모아 교차시키는 것)한 채 눈은 정면을 응시하고. 스님을 만나면 합장 반배하며 법당에서는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오후 일정은 경내 투어와 발우공양, 그리고 좌선. 이들에게는 절간의 모든 게 신기했다. 삼신각 나한전 등 들르는 곳마다 질문이 쏟아졌다. 스님은 일정에 쫓겨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범종각에서 법고와 범종, 목어와 운판을 직접 쳐보는 ‘특혜’도 누렸다. 주지스님의 특별조치였다.

 

▲발우공양은 템플스테이에서나 가능한 아주 특별한 체험. 캐나다인 환경학자 에드워드 나이그런씨가 발우에 물을 받고 있다.

 저녁식사가 준비됐다. 발우공양이다. 발우(拔羽)는 스님이 걸식할 때 사용했던 식기. 네 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그릇(플라스틱제)이 수저와 함께 차례로 담긴 채 보자기에 싸여 있다. 발우공양은 백담사 측이 초빙한 ‘영어통’ 용수 스님이 맡았다. 스님의 영어는 완벽했다.


 스님의 설명과 지도로 발우공양이 시작됐다. 앉은 자리 앞에 보자기를 펴고 그릇 네 개를 순서대로 놓은 뒤 스님 두 분이 나르는 밥과 국, 반찬을 덜었다. 쌀밥에 반찬은 미역국과 나물 연근조림, 그리고 김치.


 마지막 순서는 발우 닦기. 국과 밥, 반찬 그릇에 물을 붓고 식사 개시 전 미리 국에 빨아 남겨둔 김치 한 조각을 이용해 싹싹 닦은 뒤 그 물을 마신다. 이 숭늉문화는 익숙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다소 비위가 상할 수도 있는 일. 그 점을 의식한 스님, “혹시 ‘디스거스팅(disgusting·메스꺼운)’하면 안 마셔도 됩니다”며 배려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이 그 숭늉을 훌쩍 들이켠다. 꺼릴 것이라는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차 훈증’-야외 자비명상-돌탑쌓기 서원 독특

 서양에서 동양은 ‘선(禪)’과 ‘명상(Meditation)’, 두 단어로 요약된다. 인도는 그 두 가지의 체험장으로 인기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에도 발길이 잦다. 템플스테이 덕분이다. 백담사에서 이틀 동안 나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하나는 백담사가 마련한 명상체험이 무척이나 다양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이 그것을 템플스테이의 최고 어트랙션(즐길거리)으로 손꼽는다는 사실이다.

 

▲백담사 무설전에서 용수 스님의 지도 아래 차 훈증 명상을 체험중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그 첫 번째는 저녁식사 후의 ‘차 훈증’ 명상이었다. 이것은 커다란 도자그릇에 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큰 수건을 머리부터 어깨까지 덮어 쓴 채로 얼굴 전체를 그릇에 대고 그 훈증을 쐬며 명상을 하는 것. 용수 스님은 이들이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도달하는 단계까지 멋진 표현으로 명상을 이끌었다.

 

 다른 하나는 참선. 20여 분간의 짧은 좌선이었지만 각자의 체험은 의외로 다양하고 깊었다. 그 특별한 체험 후 많은 질문이 뜨겁게 쏟아졌다. 산중고찰의 고즈넉한 밤. 스님과 마주 앉아 선을 이야기하는 시간. 템플스테이에서 기대했던 바로 그 체험인 듯 보였다.

 

▲백담사계곡의 개울옆 오솔길에서 체험한 자비명상.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자비심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는 명상기법이다.
 

 야외의 자비명상도 특별했다. 가을볕이 따갑도록 내리쬐던 이튿날 아침. 서장 스님은 일행을 개울가 호젓한 숲길로 안내했다. 그리고 두 사람씩 짝 지운 뒤 한 사람은 눈을 가리고 짝은 그 사람의 팔을 잡아 부축하게 한 뒤 함께 걷게 했다. 암흑세상의 짝에게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설명해 주어 불안을 떨치도록 하면서. 한참 후에는 역할을 바꿨다. 도움과 베풂의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가없는 자비심. 이 역시 모두에게 소중한 체험이었다.
 

▲아무러이 팽겨쳐진 저 무수한 돌 가운데서 제 짝 찾아 쌓아 올려 탑을 이루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그 돌 하나하나가 내가 찾는 내 모습일진저 그 돌 찾을 때의 무념무상 그 심정이 곧 선이요 명상 아닐까. 설악산 백담사 앞 개울에서 캐나다인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홀로 돌탑을 쌓고 있다.


 돌탑을 쌓으며 거기에 서원을 담는 메타 메디테이션(명상)도 인기 만점이다. 장소는 백담사 앞을 가로지르는 개울 물가의 돌밭이었다. 수해 때 떠내려 온 온갖 돌로 거대한 밭을 이룬 이곳에는 등산객과 사찰 참배객이 세운 크고 작은 돌탑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백담사의 명소. 일행도 거기서 혼자 혹은 함께 돌탑을 쌓았다. 그리고 서장 스님의 말대로 거기에 자신의 꿈을 담았다. 30분 후 돌탑 10여개가 섰다.


 용수 스님은 돌탑 앞에서 탑 이름과 더불어 서원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이는 행복을, 어떤 이는 사랑을, 어떤 이는 평화를 기원했다. 나보다는 남을, 가족보다는 세상을, 부귀영화보다는 세상과 자신의 평화를 서원했던 이들. 거기서 나는 템플스테이의 힘을 보았다. 우리가 원하는 좀 더 나은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 이들이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여기, 내 옆에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명상과 참선으로 이어지던 템플스테이. 비록 이틀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비심을 배우고 더불어 사는 삶을 생각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긴 시간이었다. 나무 관세음보살.

 

▲백담사 경내 만해기념관 앞의 만해 흉상을 배경으로 촬영한 기념사진.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을 위해 기획한 'Discover yourself' 템플스테이는 강원 인제의 설악산 백담사에서 지난 9월 20일부터 1박2일동안 진행됐다.

여행정보
◇찾아가기=서울∼올림픽대로∼미사리∼하남∼팔당대교∼국도6호선∼양평∼용문∼국도44호선∼홍천∼인제∼국도46호선∼민예단지 휴게소∼만해마을(십이선녀탕 휴게소)∼용대초등학교∼외가평 삼거리∼1.5km∼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 관리사무소(백담분소). ▽관리사무소∼백담사=백담계곡 7km 구간은 차량통행 제한, 마을버스 운행. 편도 2000원. 문의 033-462-3009


◇백담사 ▽역사=만해 한용운(1879∼1944) 선사가 1905년 입산 수도한 곳. ‘조선불교유신론’과 시 ‘님의 침묵’을 통해 불교유신과 개혁을 추진하고 일제에 항거해 민족독립운동을 구상했던 독립운동 유적지. 647년 신라 제28대 진덕여왕 원년에 자장율사가 창건(당시는 한계사)해 아미타삼존불을 봉안했다. 주불인 목조 아미타불은 영조 24년(1748)에 조성된 18세기 전반의 수작으로 평가됨. 만해기념관과 조계종 기초선원이 있다. www.baekdamsa.org 033-462-6969 ▽템플스테이=매주말(토요일·1박2일), 수시 프로그램(1∼3박) 운영.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 및 접수. 033-462-5565 △참 나를 찾아가는 건강 템플스테이(3박4일)=13일, 15만 원. 주지스님과 함께 대청봉 봉정암 참배 후 기도. △차와 함께 하는 〃(1박2일)=25일, 7만 원. ▽만해마을(대표 신경림)=인제군 북면 용대리 1136-5. 만해의 자유와 민족, 문학사상을 기리고 실천하기 위해 조성한 곳. 문인의 집(가족호텔), 만해학교(학생관), 서원보전(사찰체험 공간), 님의 침묵광장(노천극장)이 있다. www.manhae.net 033-462-2303


▽조계종 템플스테이=전국 사찰의 템플스테이는 물론 다양한 주제의 사찰 및 불교유적 여행정보. www.templestay.com 02-2011-1970∼5

 

도깨비뉴스 여행전문 리포터 동분서분 report2@dk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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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대한민국의 최고 관광상품(사실 종교적 체험을 상품이라 표현해서 죄송)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가장 큰 일이기도 하고요. 2008.10.13 10:26:2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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